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같은 단지, 같은 면적임에도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보증금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른바 ‘이중가격’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갱신 계약은 임대차법상 인상률 제한을 받는 반면, 신규 계약은 시장 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가격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올해 1월 5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 전월세 거래 7만4407건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는 3만824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신규 계약은 1만7825건, 갱신 계약은 1만916건이었다.
보증금 수준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신규 전세 계약의 중위 보증금은 5억8500만원으로 나타난 반면, 갱신 계약의 중위 보증금은 5억3000만원이었다. 두 계약 유형 간 차이는 5500만원으로, 신규 계약 보증금이 갱신 계약보다 약 10.4% 높았다.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과 보증금 인상률 제한의 영향을 받지만, 신규 세입자는 최근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체감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격차도 컸다.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보증금 차이가 가장 큰 지역은 서초구로, 격차가 2억원에 달했다. 이어 강동구와 은평구가 각각 1억원 차이를 보였고, 송파구 8800만원, 동대문구 7500만원, 성북구 6000만원, 강남구와 성동구는 각각 5000만원 수준의 차이가 나타났다.
단지별 사례에서는 격차가 더욱 극명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5㎡의 경우 1월 15일 갱신 최저가는 7억7341만원이었으나, 3월 13일 신규 최고가는 19억원으로 신고됐다. 같은 단지와 유사 면적임에도 두 계약 간 보증금 차이가 11억원 이상 벌어진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124㎡ 역시 1월 12일 갱신 최저가 13억6600만원, 4월 17일 신규 최고가 20억5000만원으로 6억8400만원의 격차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갱신 계약은 통상 기존 보증금의 5% 이내에서 인상이 제한되는 반면, 신규 계약은 전세 매물 부족과 선호 지역 수요가 즉각 반영된다. 전세가격 상승기에는 두 계약 유형 간 가격 차이가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갱신권 사용률 하락도 향후 전세시장 불안을 키울 변수로 꼽힌다. 전월세 갱신권 사용률은 1월 45.5%에서 4월 42.2%로 낮아졌고, 전세 계약만 보면 57.1%에서 50.6%로 하락했다.
갱신권을 이미 사용했거나 사용하지 못한 세입자가 신규 전세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시장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2026~2027년에는 신축 아파트의 첫 갱신 주기가 도래하면서 전세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호가격에 머물던 기존 계약이 종료되고 시장가 계약으로 전환될 경우, 세입자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동일 단지 내 가격 차이가 확대되는 현상은 전세시장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입지별 수급 상황과 갱신 만료 물량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