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경제없어서 못 사던 자전거, 왜 지금은 ‘헐값’에 던진다

없어서 못 사던 자전거, 왜 지금은 ‘헐값’에 던진다

팬데믹 특수 끝난 뒤 재고 폭탄과 가격 붕괴 겹치며 프리미엄 자전거 시장 급랭

한때 없어서 못 팔던 고급 자전거가 최근 중고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면서 자전거 업계 전반의 구조적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천만 원에 거래되던 프리미엄 자전거가 수백만 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단순한 유행 변화가 아니라 수요 예측 실패와 재고 누적, 가격 신뢰 붕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전거 시장의 급변은 팬데믹 시기 급증한 수요에서 출발했다. 2021년 전후로 야외 활동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전거는 대표적인 수혜 품목으로 떠올랐고, 제조사와 수입사도 이에 맞춰 생산과 발주를 크게 늘렸다.

그러나 자전거 산업은 의류나 가전처럼 수요 둔화에 맞춰 단기간 내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구조다. 프레임 생산부터 핵심 부품 조달, 해상 물류, 국내 입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발주된 물량이 시장에 도착할 무렵 이미 소비 심리가 식어 있었다는 점이다.

방역 완화 이후 소비자들이 여행과 다른 취미로 이동하면서 자전거 수요는 빠르게 둔화했지만, 이미 생산된 물량은 멈출 수 없었다. 그 결과 수입사와 유통업체 창고에는 대규모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재고 부담은 곧 대규모 할인 경쟁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출시가 1000만 원 안팎의 최상급 자전거가 300만 원대에 판매되거나, 일부 모델이 정가 대비 60~70% 낮은 가격까지 하락하는 사례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구매 기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부작용이 적지 않다. 신품 가격이 급격히 무너지면 중고 시장의 가격 기준선도 함께 붕괴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제품에서는 신품 가격이 중고 가격보다 더 낮거나 비슷해지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보유자는 되팔 때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신규 구매자는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게 된다.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의 거래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감가상각이 아니라 가격에 대한 신뢰 훼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전거는 취미용품이면서도 일정 부분 되팔 수 있는 자산처럼 인식돼 왔다. 그러나 고가 자전거를 구입한 소비자가 1년 만에 큰 폭의 손실을 경험하게 되면, 자전거를 더 이상 가치 유지가 가능한 상품으로 보기 어렵게 된다.

이는 기변 수요를 위축시키고 신규 입문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며, 프리미엄 제품군 전반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체감 거래량이 급감했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를 시장의 종말로 해석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시기 과열됐던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자전거 시장이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브랜드 희소성이나 과시적 소비보다 부품 수급, 정비 용이성, 호환성, 수입사 안정성 같은 실질적인 요소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화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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