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경제“남자들이 정장을 버렸다”…백화점 매장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붕괴

“남자들이 정장을 버렸다”…백화점 매장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붕괴

출근복의 시대가 끝나자 남성 정장 시장 급변, 백화점 전통 매장부터 직격탄 맞았다

백화점 남성 정장 매장의 존재감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한때 취업, 승진, 결혼식 등 주요 생애 이벤트와 직장 생활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정장이 이제는 일상복의 지위를 잃고, 필요할 때만 찾는 의류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장 시장 축소는 단순한 유행 변화라기보다 직장 문화, 소비 성향, 유통 구조 전반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직장 복장 문화의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정장이 곧 직장인의 기본 복장이자 신뢰와 전문성을 상징하는 옷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정장을 착용하는 것이 사실상 조직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기업과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복장 자율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정장은 매일 입는 출근복이 아니라 중요한 회의나 공식 행사, 경조사 때 착용하는 옷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정장이 일상에서 밀려나 ‘이벤트성 의류’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정장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남성 소비자들이 정장과 구두에 지출하던 비용은 이제 여행, 취미, 레저와 같은 경험 소비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옷을 통해 외형적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보다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소비가 더 큰 만족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이에 따라 남성복 시장 안에서도 전통 정장 비중은 줄어든 반면, 레저웨어와 실용적 캐주얼 의류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 환경 변화 역시 전통 정장 브랜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백화점이 남성복 정보와 구매의 중심 채널이었지만, 현재는 온라인을 통해 원단, 가격, 핏, 해외 브랜드 제품까지 비교가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은 브랜드 명성만이 아니라 원단 구성, 봉제 품질, 착용감, 가격 대비 활용도까지 세밀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 브랜드 정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 비대칭이 줄어든 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중간 가격대 브랜드가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장 수요 감소가 곧 남성복 시장 전반의 위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정장의 빈자리는 비즈니스 캐주얼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셔츠 대신 단정한 티셔츠, 정장 바지 대신 슬랙스, 구두 대신 스니커즈를 조합한 스타일이 직장 내 표준 복장으로 자리 잡으면서, 격식보다 활용도와 편의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재택근무, 유연근무, 화상회의 확산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했다. 여기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장을 반드시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만 대여하는 방식도 확산되면서, 정장은 소유의 대상에서 선택적 사용의 대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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